I 주80시간 근무 제한 ‘전공의법’ 유명무실
출처: 한국일보 I 김지현 기자 I 2019.02.25 04:40
“주 168시간. 하루 24시간씩, 일주일 내내 응급실에서 당직근무를 했어요.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7시까지
기본 업무를 보고,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응급실을 지켰어요. 잠을 못 잔 지 4일째 되니 이명
이 생기고 정신도 멍했어요. 이러다가 환자를 살리는 의사가 아니라 죽이는 의사가 되겠구나 싶어 겁이 났
죠.”
지난해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수련의(인턴)로 일한 A(20대)씨 얘기다. A씨의 병원은 지방 분원에서 의
무적으로 수련을 하도록 했는데, 당시 지방 분원은 의료인력이 부족해 응급실 밤샘 당직은 전적으로 인턴
몫이었다. 선배들은 “눈치 봐 가며 눈을 붙이라”고 조언했지만, 밀려오는 환자에 경험도 부족한 A씨가 ‘눈
치껏 챙길 휴식시간’은 없었다. A씨는 “본원에서도 36시간 연속 근무는 일상”이라며 “잠을 못 자면 환자의
말에 집중이 안됐는데, 환자에게 도리어 짜증을 내는 내 모습이 느껴져서 더 괴로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인천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2년차 신모(33)씨가 근무 중 숨지면서 전공
의 과로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전공의ㆍ수련의 근무시간을 최대 주80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
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유명무실하다는 현
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