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실습도구" 의사들은 왜 '기계'를 자청했나
【 앵커멘트 】
성형외과의 참담한 현실,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어제 마치 기계처럼 하루에 열 명이 넘는 환자를 수술한다는 대형 성형외과 월급 의사의 고백 전해 드렸는데요.
왜 이들은 '기계'가 되는 길을 선택했을까요.
최은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돈도 돈이지만,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의대에서 6년, 대학병원에서 5년을 더 배우고 전문의 자격을 얻지만, 실제로 미용성형을 할 수 있는 수술법은 터득하지 못합니다.
▶ 인터뷰 : 성형외과 의사
- "내과 같은 곳은 레지던트 끝나면 웬만한 진료를 다 할 수 있지만, 성형외과는 기본만 배우는 거지 미용에 대한 자세한 술기는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고요."
환자가 밀려드는 대형 성형외과에서 처음 미용성형 실무를 익히지만, 체계도 없고 한마디로 주먹구구식입니다.
▶ 인터뷰 : 성형외과 의사
- "제대로 된 지도자가 옆에서 감시해주고, 결과를 평가해주고, 이렇게 하는데, 여기는 그냥 서로 하는 거예요. 서로 물어보고. 비슷해요 보면 하는 수준이. 하면서 느는 거예요 자기 경험으로."
환자를 실습도구 삼아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것.
좀 숙련됐다 싶으면 나가서 자기 병원을 개원하고, 그 자리는 또 새내기 의사가 채우다 보니 악순환입니다.
피해는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들에게 돌아갑니다.
▶ 인터뷰 : 성형외과 의사
- "눈에 초점도 없고, 수술하면서도 이게 뭐지 내가 무슨 수술을 해야 하지 이럴 때 많죠. 환자를 눕혀놓고도. 이거 잠깐 내가 뭐 하려고 그랬지? 이런 생각하죠. 좀 잘못된 것 같다, 풀고 다시 해야 하잖아요, 그거 안 하죠. 그래야 다음 수술을 하고 퇴근을 하니까."
이렇다 보니 뻔히 현실을 알고 '수술하는 기계'를 자청했던 의사들도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성형외과 의사
- "나 이러다 진짜 사고 내겠다, 아니면 사람을 망가뜨려 놓고, 도덕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일을 만들겠다 싶어서. 그다음이 내가 죽겠다. 거의 뭐 허리가 아파서 계속 앉아서 수술하니까, 허리가 아파서.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지도 못했으니까요."
돈벌이에 급급해 공장으로 변한 성형병원에서 환자도 의사도 곪아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성형외과 의사
- "황제 노예죠 황제 노예, 돈 많이 받는 노예, 먹고살려고, 수술 배우려고."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영상취재 : 김영호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