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세이프타임즈 I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I 2020.06.26 11:25
의료인으로서 현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도, 변호사로서 만나는 의료사건은 특히 안타깝다. 악결과가 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악결과란 구체적인 과실로 인해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음이 입증된 것을 말하지만, 의료사건에 관해 환자
측이 악결과로 표현하는 상황은 누군가가 죽거나 다친 것이기에 법적인 판단에 앞서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변호사로서는 이러한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그러한 마음에 적극적인 의견을 표하
는 것은 가족, 친구 등 주위사람들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변호사로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말을 보탤 경우 당사자
는 기약 없는 송사에 휘말리게 될 수 있다.
더욱이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의료진의 구체적인 의료과실을 주장·입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인과
관계까지 모두 입증돼야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현행 법체계에서 환자의 치료과정에 관한 기록을 확인하지 않
고 공감만 한 채 소송을 시작한다면 지난하고 상처뿐인 시간들이 이어진다.
치료가 필요해 받았는데 치료 전에 예측하였던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후유장해가 남았다면 의료과실을
확신해도 될까. 후유장해를 입은 환자의 앞으로의 삶이 내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후유장해는 그
자체로 과실의 증거라고 볼 수 있을까.